허준이 본 병자가 눈이 멀었다!겸손한 말씀, 헛헛.바라보는 허준에게는 일별도 업이 상화에게 그렇게 한마디 던지고 대문을 나섰다.네 아버지는 미친 사람이다.인간이 가짜 같지가 않았다.처음엔 저도 많이 상심했습니다만 이젠 저 두 사람 뗄래야 뗄 수 없는 부간이옵니다. 조석 밥상도 함께 들고 잠도 한이불에 자며 짧은 여정이라 할지라도 산을 떠날 때는 항시 동행하는 .상대가 길 아닌 길을 가고 있었기에 정체 모를 두 사람의 발자국은 장마에 젖은 산비탈에서 용이하게 찾을 수 있었다.그 허준의 침묵에 궁녀 정씨가 새삼 대담한 시선을 향해왔다.객사의 방방마다에 묵었던 각처의 낙방 의원들이 취재의 과정에서 정실이 있었느니 사술이 끼었느니 미치지 못한 자신의 재주는 제쳐놓고 하루 저녁 홧술을 퍼마시고 대궐 쪽을 향해 되알진 욕설을 퍼붓다가 그 초라한 모습들이 썰물처럼 사라져갔다.내의원 취재에 향하던 한 인물이 충청도 진천 일대에서 가난한 병자들을 구완해 주느라 취재의 기회도 스스로 버렸는데 그 의인의 이름이 허준이란 젊은 의원이다.저번 솔가해 상경하기 전 나 혼자 산소에 들러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만 언제 말미 내어 함께 내려가야지 않겠습니까.허준이 그 이공기를 달래듯 웃으며 미사와 함께 자기의 병동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이었다.그땐 유의태에게 파문당한 울분과 절망을 안고 김민세를 찾아 안점산을 찾아나섰을 때다.요기라도 하시고 가야 하는디 .수천 년 중국의 역사에도 의선의 격에 이르는 인물은 불과 두 셋을 꼽을 뿐이지.날이 새는 바람일세. 마냥 이러고 있을 수 없어.그런 꿈을 가지고 있으나 지금 제가 온 목적은 의업 때문이 아니올시다.그 눈속에는 건넌방 의원들에게 멸시당한 분함이 서려 있었다.세상 사람들이 다 소문에 좌우되어도 허준은 알고 있었다. 스승 유의태의 의술의 경지는 자신의 재주보다 아득히 구름처럼 높다는 것을. 또 허준은 생각한다. 의술은 누구와의 경쟁도 아닐 것이요 자기 이름을 드러내는 수단은 더더구나 아닐 것이다.어느 여름날 비오는 후원 유의태의 정자 위에서 연

안광익이 표정을 수습하고 유의태를 똑바로 건너보았다.우공보와 정상구의 상기한 얼굴이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돌아눕는 임오근의 내뱉듯한 말에,소리없이 서서히 어김없이 닥치는 그 죽음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더니라.김민세는 대답하지 않았다.삼의사가 한데 모이는 날이 왔다.허준은 조용히 다시 병 바카라사이트 자를 대해 마주앉았다.이미 난 죽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유. 대체 어디서 온 의원인진 몰라도 약값 한푼 못 받아갈 게 뻔한디 왜 이러시우.평소 무섬증을 잘 타시오니까? 뭔가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그러한지?취하는 곳은?권력이 불러도 가지 않는 사내, 부자가 청을 넣어도 심병의 순차를 바꿔주지 않는 고집 세상엔 살아서 남에게 해만 끼치는 자도 많은즉, 못할 짓도 없지,의원이라고요?허준의 손에 잡힌 채 병자의 손이 자꾸 떨었다.눈알이 빠지듯한 격통과 함께 자신의 이빨에 으깨진 왼손 무명지에선 아직도 피가 계속 노파의 목구멍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회향에도 대회향 소회향 두 가진데 어느 쪽이오니까?누굴 찾아오셨습니까?허준이 어렴풋이 잠을 깨었다.멀리 남한산성의 붉은 석벽이 송림 사이로 보였다.이건 가시다 드실 요기로다 주먹밥을 담은 것이구 술은 가시다 목이나 축이십시오. 그리고 이걸랑 웃고 받아주시구요 .1그람 사람 눈을 멀게 해놓구 아무 책임도 없단 말유.사람의 죽음이란 세상의 질서일세. 초승달이 태어나 보름달이 되고 다시 그믐달이 되어 없어지듯이 그리고 다시 비치다가 커지다가 사라지고 그렇게 끝없이 태어나고 끝없이 죽고 . 그렇게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무언가 남기려는 것이 아닌가?허준은 그렇게 생각했고 앞으로 1년 동안 여기에 붙들려 있다가는 필시 자기 또한 환자가 될 것이요, 그러고 나서야 면천의 소원은커녕 자기 또한 눈썹이 떨어지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참담한 모습이 되어 마침내는 가족과 생이별한 후 평생을 김민세 곁에 옭아매이리란 생각을 했다.전 그것으로 됐어유. 허의원님이 못 낫우면 그것도 지 팔자소관으로 돌려야지유. 어차피 그때 죽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