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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색 탓이라니까라고 TV 피플이 자상한 목소리로 내게 말
그러니까 색 탓이라니까라고 TV 피플이 자상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색을 칠하면 틀림없는 비행기가 된단 말이야.그녀가 하려는 말은 그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해도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다른 자리에서 이런 말을 일반론으로 들었다면, 어쩌면 그 의견에 찬동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신의 문제였다. 난 납득이 안 가, 라고 그는 말했다. 나는 너를 아주 사랑하고 있고, 너랑 하나가 되고 싶어. 이런 나의 바람은 아주 확실한 것이고, 내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야. 가령 거기에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해도, 솔직히 그건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그만큼 너를 좋아하고 있어. 사랑하고 있다고. 그녀는 또 고개를 저었다. 정말 어쩔 도리가 없구나, 라고나 말하려는 듯. 그리고는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뭘 알고 있을까, 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 사랑은 아직 아무런 시련도 당하지 않았어. 우리는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다고. 우린 아직 어린애야. 너나 나나.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서글펐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쳐부술 수 없는 것이 서글펐다. 방금 전까지, 그 벽은 그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그의 앞 길을 막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는 느꼈다. 나는 아마도 이대로, 이 막강한 틀에 갇힌 채, 거기에서 밖으로 나가도 못하고, 허망하게 나이를 먹어가겠지, 하고.결국 두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런 관계를 계속하였다. 도서관에서 만날 약속을 하여, 함께 공부를 하고, 옷을 입은 채 페팅을 하였다. 그녀는 그런 두 사람의 관계의 불완전성이 조금도 거슬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녀는 그런 불완전성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그 두 사람이 아무런 문
내가 살고 있는 맨션은 아주 좁고, 그런데다 내 책과 아내가 모으고 있는 있는 자료들로, 거의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상태이다. 언젠가 틀림없이 나는 저 시계에 걸려 넘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숨을 쉬었다. 틀림없다. 반드시 걸려 넘어질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우선 물 항아리의 물소리를 들어. 그러면 머지 않아 사람 몸의 물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니까,라고 언니는 말한다. 나도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아주 어렴풋하게 들린 듯하다고 생각하는 적도 있다. 아주 아주 멀리에서 문득 무언가가 움직인 듯한 기척을 느낀다. 조그만 벌레가, 두 세 번 날갯짓을 한 듯한 소리가 들린다. 들렸다기 보다는, 공기가 아주 미미하게 흔들렸다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 미미한 흔들림마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숨바꼭질을 하듯. 마루타는 내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한다. 너 같은 인간이야말로, 몸 속의 물소리를 반드시 들어야할 필요가 있어라고 마루타는 말한다. 왜냐하면 나는 문제를 껴안고 있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너가 그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말이야라고 마루타는 말한다. 그리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만약 너가 그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 거나 다름이 없어라고 마루타는 말한다. 언니는 진정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분명 문제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를 도저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남자들은 나를 보면 반드시 범하려고 한다. 그 누구든 나를 보면 바닥에 넘어뜨리고, 혁대를 푸는 것이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옛날부터 죽 그렇다.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내내 그렇다.[당신은 아무거나 적당히 먹어요.]TV 피플은 나란 존재 따위 전혀 무시하고 있다. 세 사람 다, 그곳에는 나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여자는 남자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남자의 얼굴을 불에 탄 것처럼 뜨거웠다. 그녀는 그런 얼굴을 쓸어 보았다. 그러자 피부가 얇은 껍질을 벗듯 찌익 벗겨졌다. 그리고 그 속으로 미끄덩한 붉은 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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